직답 요약: '사회적 상속'은 재산 전부가 아니라 일부(1%든 10%든 스스로 정한 비율)를 자녀가 아닌 다음 세대와 공동체에 되돌리는 실천을 말해요.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경향신문 칼럼 '조희연의 시대사색'에서 제안한 개념입니다.
그가 공동대표를 맡은 시민단체 '공존의 뜰'이 서약·기부·신탁 등 실제 참여 수단을 갖춘 운동으로 이어가고 있어요.
돈뿐 아니라 시간·재능·경험도 상속의 형태가 될 수 있고, 소수 자산가의 통 큰 기부가 아니라 시민 누구나 참여하는 문화를 지향한다는 점이 핵심이에요.
매체: 경향신문 | 연재코너: 조희연의 시대사색 | 게재일: 2026년 9월 3일 | 필자: 조희연(전 서울시교육감, 시민단체 '공존의 뜰' 공동대표)
고착되는 부의 대물림, 그 균열에서 시작된 질문
칼럼은 우리 사회에서 부의 세습이 점점 더 구조화되고 있다는 진단에서 출발해요.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교육 기회가 됩니다.
그 기회가 다시 자녀의 경제력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는 거예요.
반면 그 흐름을 끊어낼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 진단 자체는 낯설지 않아요.
다만 조희연 전 교육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그렇다면 물려주는 방식 자체를 다르게 상상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거예요.
'내가 이룬 것은 온전히 내 것인가'라는 반문
칼럼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내가 가진 재산, 지식, 성취는 순전히 개인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거예요.
내가 태어나고 자란 사회, 나를 가르친 학교,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이 만들어 놓은 제도와 질서 위에 내 성취가 얹혀 있다는 관점입니다.
사회적 상속은 미래를 향한 상속입니다. 내가 살아온 삶의 일부를 다음 세대의 가능성으로 바꾸는 일이죠. 저는 이것이 몇몇 특별한 사람의 자선이 아니라,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누구나 자기 삶에서 실천하는 아름다운 문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관점을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까요.
내가 쌓은 것의 일부를 사회에 되돌리는 일이 특별한 선의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순환으로 보이게 됩니다.
'사회적 상속'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조희연 전 교육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시민단체 '공존의 뜰'은 이 개념을 실제 운동으로 이어가고 있어요.
자신의 자산 중 1%든 2%든 10%든, 형편에 맞는 비율을 정해 다음 세대와 사회에 환원하자는 제안입니다.
대상도 유연해요.
재산만이 아니라 시간, 재능, 경험도 상속의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게 이 운동의 특징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기후·생태·지역공동체 회복 등 공익 활동을 하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데 쓰이고 있어요.
작은 비율이라 부담이 적었는데, 제 이름으로 청년 활동가를 지원한다고 생각하니 기부라기보다 다음 세대에 보내는 응원처럼 느껴졌어요. — '공존의 뜰' 참여 시민 후기
실제로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요
개념만 알아서는 실천으로 이어지기 어려워요.
그래서 참여 방법을 구체적으로 짚어볼게요.
첫 번째는 '공존의 뜰' 같은 시민단체에 비율을 정해 서약하는 방식입니다.
자산의 몇 퍼센트를 낼지 스스로 정하고, 정기적으로 또는 일회성으로 기금을 보내는 구조예요.
두 번째는 생전에 미리 나누는 방식입니다.
자녀에게 물려줄 재산 중 일부를 지금 공익 목적으로 먼저 환원하는 거예요.
세 번째는 유언대체신탁이나 유산기부 약정 같은 기존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변호사나 세무사와 상담해 사후에 특정 비율이 공익 단체로 가도록 미리 설계해두는 방식이에요.
재산 여력이 없다면 재능이나 시간으로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멘토링, 직업 코칭, 지역 봉사처럼 자신이 가진 경험을 다음 세대에 나누는 것도 '사회적 상속'의 한 형태로 인정돼요.
숫자로 보는 상속 사회의 현실
왜 지금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는 최근 통계를 보면 짐작할 수 있어요.
포브스코리아가 집계한 2025년 대한민국 50대 부자 중 상속을 통해 부를 형성한 인물은 26명으로, 전체의 52%에 달합니다.
절반 이상이 스스로 일군 부가 아니라 물려받은 부라는 뜻이에요.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총자산 100억 원 이상 상위 자산가로 좁힐수록 상속·증여를 통한 자산 형성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국내만의 현상도 아니에요.
OECD가 2018년 발표한 사회이동성 보고서('A Broken Social Elevator?')에 따르면, 한국에서 소득 하위 10% 가정이 평균 소득으로 올라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5세대로 추정됩니다.
조희연 전 교육감의 칼럼은 이런 흐름을 그대로 두면 계층 고착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셈이에요.
전통적 상속, 사회적 상속, 해외 기부 서약은 무엇이 다른가요
세 가지를 나란히 놓고 보면 지향점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요.
구분 전통적 상속 사회적 상속(공존의 뜰) 해외 기부 서약(기빙플레지 등)
대상 주로 직계 자녀·가족 다음 세대 전체, 지역사회 글로벌 공익 영역
참여 비율 통상 전액 자율(1%~10% 등 소액도 가능) 통상 재산의 과반 이상 서약
형태 재산(부동산·현금·주식 등) 재산 일부 + 시간·재능·경험 주로 거액 재산
참여 주체 자산을 가진 개인·가문 시민 누구나 주로 억만장자
사회적 효과 부의 세습 구조 강화 우려 기회 격차 일부 완화 기대 대규모 자금이나 참여자 소수
시민문화로 자리잡으려면 필요한 조건들
칼럼이 던지는 화두는 좋지만, 실제로 문화가 되려면 넘어야 할 벽도 있어요.
먼저 세제나 기부 관련 제도가 사회적 상속을 실천하기 쉽게 뒷받침해줘야 합니다.
또한 소수 자산가의 통 큰 기부만으로는 문화라고 부르기 어려워요.
평범한 시민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작은 단위의 실천 방법이 많아져야 합니다.
실제로 아름다운재단 등 공익 단체들도 유산을 공익적으로 전환하는 제도를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온 바 있어요.
이런 움직임이 하나둘 쌓여야 칼럼에서 말한 '시민문화'에 가까워질 수 있을 거예요.
결론: 부의 대물림이 갈수록 굳어지는 지금, 조희연 전 교육감의 '사회적 상속'론은 상속을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일로만 좁게 보지 말고 시간·재능·작은 비율의 자산을 다음 세대와 사회에 되돌리는 실천으로 넓혀보자는 제안으로 읽으면 됩니다. 큰 기부를 할 여력이 없더라도, 서약·생전기부·재능나눔 중 본인에게 맞는 방식을 골라 아주 작은 몫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출처: 경향신문 '조희연의 시대사색'(2026.9.3), 포브스코리아 2025년 대한민국 50대 부자 조사,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2025 한국 부자 보고서, OECD 'A Broken Social Elevator?'(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