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네 스튜디오의 2027 봄·여름 컬렉션은 '데님 히스토리아(Denim Hystoria)'라는 이름으로 2026년 9월 파리패션위크에서 공개됐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니 요한손은 브랜드의 뿌리인 데님과 17~18세기 유럽 궁정 복식을 정면으로 충돌시켰습니다.
가죽 재킷과 청바지 위에 타프타 소재의 거대한 볼 가운을 겹친 오프닝 룩이 이 컬렉션의 방향을 한눈에 보여줬고, 해적과 머스킷티어, 펑크의 이미지가 반항적인 디테일로 곳곳에 스며들었습니다.
정리하면 '궁정의 실루엣'은 과장된 볼륨과 드레이프로, '반항 정신'은 데님과 가죽, 해체된 디테일로 구현된 시즌이었습니다.
쇼 정보 요약
행사: 파리패션위크 2027 S/S 공식 일정
발표 시기: 2026년 9월
컬렉션명: 데님 히스토리아(Denim Hystori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니 요한손(Jonny Johansson)
런웨이 연출: 설치미술가 파이그 아흐메드(Faig Ahmed)의 카펫 아트
청바지와 궁정 드레스가 충돌한 런웨이
쇼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바닥을 뒤덮은 카펫 설치 작품이었습니다.
아제르바이잔 출신 작가 파이그 아흐메드가 만든 이 카펫은 전통 문양이 녹아내리듯 비틀린 형태로, 쇼 전체의 '역사가 흘러내린다'는 분위기를 미리 암시했습니다.
첫 번째 룩이 등장하자 객석에서 작은 탄성이 나왔습니다.
아크네 스튜디오의 시그니처인 라이더 재킷과 청바지 위에, 궁정 무도회용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타프타 볼 가운이 통째로 겹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더스터 코트와 가죽 브리치스, 해적 부츠가 연이어 등장하며 '왕실'과 '거리'가 한 몸처럼 움직였습니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1996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출발해, 이듬해인 1997년 단 100벌의 청바지를 지인과 아티스트들에게 나눠주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30년 가까이 지난 2027 S/S에서 이 다섯 포켓 청바지가 다시 한번 쇼의 출발점으로 소환됐습니다.
데님에 새겨진 르네상스 명화, 반전의 디테일
이번 컬렉션에서 데님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캔버스'로 쓰였습니다.
르네상스 회화의 찢어진 조각을 프린트한 데님 원단이 여러 룩에 등장했고, 바랜 색감의 꽃무늬는 오래된 도자기나 채색 자기 표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우먼즈 룩에서는 광택이 도는 블루 톱에 플로럴 실크 스커트를 겹쳐 볼륨을 부풀린 스타일링이 눈에 띄었습니다.
오프숄더 퍼플 드레스는 구조적인 주름으로 귀족적 실루엣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고, 벨벳 재킷에는 르네상스풍 장식 브로치가 액세서리가 아니라 조각 작품처럼 부착됐습니다.
동시에 스트레이트 트라우저 위로 떨어지는 볼룬 스커트, 각 잡힌 재킷과 패널 디테일의 크롭 팬츠가 균형을 잡아, 전체적으로는 아크네 특유의 절제된 무드도 유지됐습니다.
해적, 머스킷티어, 펑크 — '반항 정신'의 정체
이 컬렉션의 레퍼런스는 궁정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해적과 머스킷티어, 1980년대 펑크 아이콘 아담 앤트(Adam Ant)의 이미지가 겹겹이 레이어링되며 귀족적 코드와 전복적 미감 사이에 끊임없는 긴장을 만들었습니다.
즉 키워드 속 '반항 정신'은 특정 아이템이 아니라, 격식 있는 실루엣 안에 거친 재료와 해체된 디테일을 밀어 넣는 태도 자체를 가리킵니다.
이런 접근은 '고급스러움'과 '길거리 감성'의 경계를 흐리는 최근 럭셔리 패션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여성복과 남성복, 같은 시즌 다른 반항
같은 시즌 안에서도 우먼즈와 맨즈 컬렉션은 서로 다른 각도로 '반항'을 풀어냈습니다.
구분 우먼즈 컬렉션 맨즈 컬렉션
핵심 콘셉트 17~18세기 궁정 복식과 데님의 충돌 현대적 사무실 유니폼 해체
주요 레퍼런스 르네상스 회화, 해적, 머스킷티어 프레피, 로커빌리, 가상의 '오피스 캐릭터'
대표 아이템 타프타 볼 가운 + 라이더 재킷, 가죽 브리치스 브라운 레더 팬츠, 아가일 니트, 손그림 프린트 티셔츠
분위기 연극적이고 과장된 볼륨 캐주얼하고 유머러스한 개인주의
두 컬렉션 모두 '정해진 격식을 흔드는' 같은 태도를 공유하면서도, 여성복은 역사적 판타지로, 남성복은 일상적 유머로 반항을 표현했다는 점이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조니 요한손이 말하는 '데님 히스토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니 요한손은 이번 컬렉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이 컬렉션은 신선하고 짭짤하며 젊습니다. 현대적인 연극성에 대한 탐구이자, 아크네 스튜디오가 언제나 장난을 즐기되 결코 가짜인 척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재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진짜여야 합니다."
이 발언은 과장된 볼 가운과 르네상스 모티프가 '코스튬 플레이'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결국 모든 디테일이 아크네 특유의 데님 헤리티지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힙니다.
실제로 WWD 등 주요 매체들도 이번 쇼를 "브랜드의 뿌리인 데님 메이커로서의 정체성과, 역사적 레퍼런스를 겹쳐 놓은 시대 횡단적 컬렉션"으로 평가했습니다.
이 컬렉션이 패션계에 남긴 질문
'데님 히스토리아'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화려해서가 아닙니다.
평범한 다섯 포켓 청바지라는, 누구나 아는 아이템을 궁정 복식이라는 가장 먼 지점까지 밀어붙였다는 데 있습니다.
이는 2027 시즌 전반에서 읽히는 "일상복과 격식복의 경계 허물기" 흐름을 아크네 스튜디오 방식으로 보여준 사례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설치미술과의 협업, 가상의 캐릭터를 통한 스토리텔링 등 런웨이를 하나의 전시처럼 구성하는 방식도 다른 브랜드들에 참고가 될 만한 지점입니다.
결론: 이 컬렉션의 메시지를 한 줄로 정리하면, 격식 있는 실루엣이라도 소재와 디테일을 통해 얼마든지 반항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패션 트렌드를 리서치하는 입장이라면 '궁정 실루엣 자체'보다 '데님과 가죽으로 그 격식을 어떻게 흔들었는가'에 주목해서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출처: WWD, 아크네 스튜디오 2027 S/S 공식 발표 자료 및 파리패션위크 현장 보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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