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 원 들인 춘천 원도심, 왜 빈 점포만 남았나요
춘천 원도심 상권 르네상스 사업(2021~2025년, 총 120억 원)은 거리 환경 개선 같은 하드웨어 사업에 예산이 집중됐습니다.
반면 실제 유동인구를 끌어올 콘텐츠·앵커시설 투자와, 사업 종료 이후 상권을 이어서 운영할 전담 조직·재원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2025년 2분기 명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6.01%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인접한 원주 중앙동 상권 역시 공실 점포가 30%를 넘는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어서, 이는 춘천 한 곳의 설계 실패가 아니라 지방 원도심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합니다.
'상권 르네상스' 사업, 어떤 내용이었나요
이 사업은 강원 춘천의 원도심 상권을 살리기 위해 추진된 프로젝트예요.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5년간 예산이 편성됐습니다.
국비 60억 원, 도비 18억 원, 시비 42억 원까지 총 120억 원 규모였어요.
중앙시장, 제일시장, 명동, 새명동, 브라운5가, 육림고개, 요선시장, 지하상가까지 원도심 8개 상권이 대상지로 지정됐습니다.
거리 환경 개선, 공용 주차 공간 조성, 청년 창업 지원, 지역 축제와 연계한 마케팅이 주요 사업 내용이었어요.
실제 결과는 어땠나요 - 숫자로 본 공실률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 원도심의 상가 공실률은 오히려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습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 2025년 2분기 춘천 명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6.01%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100㎡ 이하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크게 늘었어요.
2021년 1분기 4.9%였던 수치가 2025년 2분기 8.9%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여러 점포가 모여 있는 집합상가의 공실률은 2022년 4분기 7.12%에서 2025년 2분기 17.48%로 뛰었습니다.
사업이 진행되는 5년 동안에도 공실은 계속 늘었어요.
사업이 끝난 뒤에도 이 흐름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구분
사업 시작 시점(2021년 전후)
사업 종료 이후(2025년 2분기)
명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
통계 작성 이래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
26.01% (역대 최고치)
소규모 상가(100㎡ 이하) 공실률
4.9%
8.9%
집합상가 공실률
7.12% (2022년 4분기)
17.48%
투입 예산 120억 원의 용도
편성 완료(거리 정비·주차장·마케팅 중심)
대부분 하드웨어 사업에 집행, 운영 재원 미편성
"거리는 예쁘게 바뀌었는데, 정작 그 거리를 걷는 사람이 없어요. 옆 가게도 얼마 전에 문을 닫았습니다."
원도심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한 상인이 전한 말이에요.
이 말은 이번 사업이 남긴 한계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왜 예산을 투입해도 빈 점포는 줄지 않았을까요
1. 하드웨어 중심 사업 구조
거리 정비, 간판 교체, 공공 디자인 개선 등 눈에 보이는 환경 정비에 예산 상당 부분이 쓰였습니다.
반면 실제로 사람을 그 상권으로 불러올 콘텐츠나 앵커 시설 확보에는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와요.
거리가 깨끗해진다고 해서 곧바로 손님이 늘어나는 건 아니라는 점이 이번 사례에서 드러났습니다.
2. 유동인구의 구조적 이동
온라인 쇼핑 확대와 대형 복합쇼핑몰, 신도심 상권으로의 소비 이동은 이미 오래된 흐름이에요.
원도심 한 곳의 사업만으로 이 흐름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소비자의 동선 자체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간 상태라면, 거리를 아무리 정비해도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3. 높은 임대료·권리금과 공급 과잉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부 상가의 임대료나 권리금이 오히려 오르는 현상도 있었습니다.
그 결과 신규 창업자가 진입하기 더 어려워진 경우도 생겼어요.
여기에 상가 공급 자체가 수요보다 많은 지역적 특성까지 겹치면서, 공실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임대료를 내리지 않는 한 공실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임대료 동결이나 상생협약 같은 별도 장치가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와요.
4. 단기 성과 위주의 사업 설계와 운영 주체 부재
정해진 사업 기간과 예산 안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장기적인 상권 생태계 조성보다 눈에 띄는 시설 사업에 치우치기 쉬웠어요.
사업 종료 이후 상권을 자생적으로 운영·관리할 전담 조직이나 재원이 이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로 꼽힙니다.
거리 정비를 맡는 조직과, 콘텐츠·마케팅을 계속 운영할 조직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묶여 있었던 점도 한계였어요.
다른 지역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르게 풀고 있나요
인접한 원주 중앙동 상권도 비슷한 시기에 심각한 공실 위기를 겪었습니다.
원주 중앙시장은 339개 점포 중 107개(31.5%)가 공실로, 하루평균 매출액도 2019년 1억662만 원에서 2021년 7578만 원까지 줄었습니다.
속초, 강릉 등 강원 지역 관광도시 상권에서도 공실률이 함께 상승하는 흐름이 확인돼요.
즉 특정 지자체 한 곳의 사업 설계 문제라기보다, 지방 원도심 상권이 공통으로 겪는 구조적 위기에 가깝습니다.
다만 원주는 공실 상가를 '비스포크 상권'으로 지정해 집중 지원하고, 상권활성화재단 설립을 통해 운영 주체를 따로 두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상가 임대인과 임대료를 동결하는 상생협약을 맺고, 유튜브·라이브커머스 같은 새로운 판매 채널을 상인들이 직접 쓸 수 있게 지원하는 점도 눈에 띕니다.
춘천 사업에는 이런 형태의 전담 운영 재단이나 임대료 상생협약 장치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두 지역의 차이를 만든 요인 중 하나로 보입니다.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전반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반복적으로 나온 바 있어요.
대규모 계획 수립과 시설 정비에 비해 상권 활성화라는 실질 성과는 미흡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 사례가 상권 관계자에게 주는 시사점
정부·지자체 예산 투입이 상권 활성화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이 이번 사례에서 다시 확인됐어요.
거리 환경을 바꾸는 하드웨어 사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 소비자를 끌어들일 콘텐츠와 운영 주체를 함께 키우는 소프트웨어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아요.
원주처럼 임대료 상생협약이나 전담 재단 같은 구체적 장치를 사업 설계 단계에서부터 포함시키는 게 핵심입니다.
사업 종료 이후에도 상권을 관리·운영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체계를 미리 마련해야 해요.
이는 앞으로 유사한 재생사업을 추진하는 다른 지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결론: 상권 재생 예산을 검토하는 지자체나 상인회라면, 거리 정비 같은 하드웨어 예산과 별도로 콘텐츠·앵커시설·운영 주체 확보에 쓸 예산을 처음부터 분리 편성하세요. 그리고 임대료 동결 상생협약과 사업 종료 이후 상권을 이어서 관리할 전담 조직·재원을, 사업 설계 단계부터 반드시 포함시키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춘천 원도심 상권 르네상스 사업에는 예산이 얼마나 투입됐나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국비 60억 원, 도비 18억 원, 시비 42억 원 등 총 120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사업 이후 춘천 명동 상가 공실률은 어떻게 됐나요?
2025년 2분기 기준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26.01%까지 올라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집합상가 공실률도 같은 기간 17.48%까지 올랐습니다.
공실률이 오른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요?
거리 정비 등 하드웨어 사업에 예산이 집중되고, 콘텐츠·앵커시설 투자와 사업 종료 이후 운영 체계가 부족했던 점이 주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온라인 쇼핑 확대와 신도심으로의 소비 이동이라는 구조적 흐름도 함께 작용했습니다.
춘천만 겪는 문제인가요?
아니요. 인접한 원주 중앙동 상권은 중앙시장 점포의 31.5%가 공실 상태였고, 속초·강릉 등 강원 관광도시 상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돼 지방 원도심 상권이 공통으로 겪는 구조적 위기로 보입니다.
비슷한 사업을 준비 중인 지자체는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하나요?
거리 정비 같은 하드웨어 예산과 별도로 콘텐츠·앵커시설·운영 주체 확보에 쓸 예산을 처음부터 분리 편성해야 합니다. 원주가 추진한 임대료 동결 상생협약, 전담 상권활성화재단 설립처럼 사업 종료 이후에도 상권을 관리할 구체적 장치를 설계 단계부터 포함시켜야 합니다.